수면제를 먹는데도 잠이 불안하다면

수면제를 먹으면 일단 잠은 와요. 그런데도 밤마다 '오늘은 약 없이 잘 수 있을까', '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지'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면, 그 불안은 이상한 게 아니에요.
저도 2년 넘게 수면제를 먹었어요. 불면증을 고치려고 좋다는 방법은 다 해봤지만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고, 잠이 돌아온 건 생활과 잠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면서였어요. 이 글에서는 수면제가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, 그리고 수면제를 줄이고 싶을 때 알아 둘 것을 정리했어요.
이 글은 수면제를 끊으라는 글이 아니에요. 복용 중인 약을 바꾸거나 줄일 때는 반드시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세요.
수면제가 하는 일
흔히 처방되는 수면제(졸피뎀 같은 Z-약물, 벤조디아제핀 계열 등)는 뇌의 활동을 진정시켜 잠들기 쉽게 만들어요. 그래서 먹은 날부터 효과가 나타나고, 힘든 시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.
미국수면의학회도 졸피뎀을 비롯한 몇몇 수면제를 불면증 치료에 쓸 수 있다고 봐요. 다만 근거의 확실성이 낮아 모두 '약한 권고'에 그쳤어요.1 미국내과학회는 만성 불면증에 CBT-I를 먼저 쓰고, CBT-I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약의 이득과 위험을 따져 단기간 함께 쓰는 것을 권해요.2
수면제가 하지 못하는 일
수면제는 '오늘 밤의 잠'을 도와주지만, 불면증을 계속되게 만드는 원인까지 바꾸지는 못해요.
- 침대에서 오래 뒤척이는 습관
- 불규칙한 기상 시간과 낮잠
- '못 자면 큰일 난다'는 걱정
이런 유지 요인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, 약을 줄이거나 끊었을 때 잠이 다시 흔들리기 쉬워요. 또 약이 잠을 대신 만들어 주는 경험이 반복되면 '약이 없으면 못 잔다'는 믿음이 자라요. 수면제를 먹는데도 잠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 믿음이 한몫해요.
알아 둘 부작용
- 다음 날 졸림과 집중력 저하: 아침까지 약 기운이 남아 운전이나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.
- 고령자의 위험: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 24편을 종합한 결과, 수면제는 위약보다 총 수면 시간을 평균 25분가량 늘렸지만, 기억력 저하나 혼란 같은 인지 부작용은 약 4.8배, 낮 피로는 약 3.8배 더 많았어요.3
- 복잡 수면 행동: 졸피뎀을 비롯한 일부 수면제는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걷거나 운전하는 등의 행동을 일으킬 수 있어요. 미국 식품의약국(FDA)은 2019년 이 위험에 가장 강한 단계의 경고를 붙였어요.4
- 내성과 의존: 오래 먹으면 같은 양으로는 효과가 줄거나, 약 없이는 잠들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.
수면제와 CBT-I, 함께 할 수 있어요
수면제와 CBT-I는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게 아니에요.
- 만성 불면증이 있는 성인 1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, 처음 6주는 CBT와 졸피뎀을 함께 쓰고 이후 약을 끊고 CBT만 이어간 그룹이 가장 좋은 장기 결과를 보였어요. 치료가 끝나고 6개월 뒤 이 그룹의 68%가 불면 증상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, 약을 계속 함께 먹은 그룹은 42%였어요.5
- 젊은 성인과 중년의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을 비교한 연구에서는, CBT가 졸피뎀보다 잠드는 시간과 수면 효율을 더 크게 개선했고 효과도 오래 유지됐어요.6
수면제를 줄이고 싶다면
- 혼자 갑자기 끊지 마세요. 오래 먹던 약을 갑자기 끊으면 며칠간 잠이 더 나빠지는 '반동성 불면'이나 금단 증상이 생길 수 있어요. 처방한 의사와 함께 몇 주에 걸쳐 조금씩 줄이는 계획을 세우세요.
- CBT-I를 먼저, 또는 함께 시작하세요.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를 먹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, 의사의 감량 지도에 CBT-I를 더한 그룹은 85%가 약을 끊었어요. 감량 지도만 받은 그룹은 48%였어요.7
- 수면일지를 쓰세요. 약을 줄이는 동안 실제 수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하면, '약 없으면 한숨도 못 잔다'는 걱정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어요.
- 약국 수면유도제나 멜라토닌으로 바꾸는 것도 신중하게. 미국수면의학회는 항히스타민 성분 수면유도제(디펜히드라민)와 멜라토닌을 만성 불면증 치료로 쓰지 말 것을 권해요.1
루미에서는
루미는 CBT-I 원리를 바탕으로 만든 39일 수면 코칭 프로그램이에요. 수면일지와 하루 20분 활동, 매주 코치와의 점검으로 잠을 방해하는 습관과 생각을 함께 다뤄요.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첫 상담에서 코치에게 알려 주세요.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결정은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하고, 루미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잠드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해요. 플랜과 구성 보기
더 자세한 CBT-I 구성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(CBT-I)란?에서 볼 수 있어요.
자주 묻는 질문
- 수면제를 먹으면서 CBT-I를 해도 되나요?
- 네, 함께 할 수 있어요. 처음에는 약과 CBT-I를 같이 하다가, 의사와 상의해 약을 끊고 CBT-I를 이어 간 경우의 장기 결과가 가장 좋았다는 연구가 있어요.
- 수면제를 오래 먹으면 끊기 어렵나요?
- 오래 먹을수록 내성이나 의존이 생길 수 있고, 갑자기 끊으면 반동성 불면이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. 그래서 처방한 의사와 함께 몇 주에 걸쳐 조금씩 줄이는 게 안전해요.
- 멜라토닌이나 약국 수면유도제는 괜찮나요?
- 미국수면의학회는 멜라토닌과 항히스타민 성분 수면유도제(디펜히드라민)를 만성 불면증 치료로 쓰지 말 것을 권해요. 효과의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에요.
- 수면제를 줄이는 동안 잠을 못 자면 어떡하죠?
- 줄이는 초기에는 잠이 잠시 흔들릴 수 있어요. 이때 수면일지로 실제 수면을 기록하고, 침대에서 오래 버티지 않는 등 CBT-I 원칙을 지키면 약 없이 잠드는 힘을 다시 기르는 데 도움이 돼요.
참고 자료
- Sateia MJ, et al.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Pharmacologic Treatment of Chronic Insomnia in Adults: An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Clinical Practice Guideline. J Clin Sleep Med. 2017;13(2):307-349. doi.org/10.5664/jcsm.6470
- Qaseem A, et al. Management of Chronic Insomnia Disorder in Adults: A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. Ann Intern Med. 2016;165(2):125-133. doi.org/10.7326/M15-2175
- Glass J, et al. Sedative hypnotics in older people with insomnia: meta-analysis of risks and benefits. BMJ. 2005;331(7526):1169. doi.org/10.1136/bmj.38623.768588.47
- U.S. Food and Drug Administration. Certain Prescription Insomnia Medicines: New Boxed Warning Due to Risk of Serious Injuries Caused by Sleepwalking, Sleep Driving and Engaging in Other Activities While Not Fully Awake. 2019. www.fda.gov/safety/medical-product-safety-information/certain-prescription-insomnia-medicines-new-boxed-warning-due-risk-serious-injuries-caused
- Morin CM, et al. Cognitive behavioral therapy, singly and combined with medication, for persistent insomnia: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. JAMA. 2009;301(19):2005-2015. doi.org/10.1001/jama.2009.682
- Jacobs GD, et al. Cognitive behavior therapy and pharmacotherapy for insomnia: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nd direct comparison. Arch Intern Med. 2004;164(17):1888-1896. doi.org/10.1001/archinte.164.17.1888
- Morin CM, et al. Randomized clinical trial of supervised tapering and cognitive behavior therapy to facilitate benzodiazepine discontinuation in older adults with chronic insomnia. Am J Psychiatry. 2004;161(2):332-342. doi.org/10.1176/appi.ajp.161.2.332
이 글을 쓴 사람
이재찬루미 대표 · 수면 코치
약 5년간 만성 불면증을 겪으며 2년 넘게 수면제를 먹었어요. 규칙적인 생활과 잠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는 것으로 불면증이 나아진 뒤, 그것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(CBT-I)의 핵심 원리라는 걸 알고 공부해 루미를 만들었어요. 미국 임상가용 CBT-I 교육과정(CBTIweb)을 이수하고 있어요.



